“유럽의 난방비 해결사인데…” 삼성 펌프, 한국선 왜 못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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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난방비 ‘폭탄’ 줄여줄 펌프 있다는데…왜 한국에서는 못 살까?”

대통령실까지 나설 정도로 난방비 급등이 전국민적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 해결사가 된 삼성·LG 제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기식 냉난방 시스템 방식으로 현지서 ‘대박’을 기록한 ‘히트펌프’다.

그러나 히트펌프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단종됐다. 구매를 하고 싶어도 일반 소비자들은 제품을 살 수가 없다. 전기료 누진세와 아파트 공동 난방 등 주거형태가 원인으로 꼽힌다.

히트펌프란, 에어컨이나 냉장고처럼 실내외기에서 냉매와 물이 열교환되며 열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이용한다. 바깥 공기나 땅, 물 등을 이용해 열을 전기로 끌어오는 셈이다. 공기 난방 뿐 아니라 바닥 난방과 온수까지 가능하다. 가스를 쓰는 국내 보일러와 달리 전기를 사용하며, 난방 효율이 약 3배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계에서 한해 동안 신규설치되는 히트펌프는 약 2억대로 알려져있다. 특히, 지난해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하며 삼성전자 히트펌프가 대박이 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유럽 히트펌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성장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매출이 각각 30배와 10배 증가했다.

특히, 히트펌프는 탄소 배출량이 콘덴싱 가스 보일러보다 30% 이상 적어, 탄소중립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히트펌프는 난방 탈탄소를 위해 점차 필수적(critical)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세계 주요국들은 히트펌프 설치를 위해 통 큰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국은 히트펌프 1대당 보조금 5000파운드(약 800만원)을 지원하며, 2028년까지 60만개의 히트펌프 교체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미국도 지난해 11월 히트펌프 교체 지원 사업에 90억달러(약11조916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해 히트펌프 지원 예산 465억엔(4457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히트펌프를 찾아볼 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시장 주력 상품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실상 단종된 상태다. 양사 모두 현재 일반 소비자 대상 히트펌프를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삼성전자만 B2B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수요가 거의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전기 누진세 때문이다. 해외와 달리 한국은 누진세로 인해 여전히 전기보다 가스 사용이 경제적이므로 전기 히트펌프가 경쟁력이 없다. 히트펌프는 전기 1kWh로 실외의 열 4~5kWh를 가져올 수 있다. 현행 누진세에서 히트펌프를 사용해 85㎡ 아파트 기준 평균 열 에너지를 만들려면 320kWh 전기를 써야 한다. 국내 4인 가구 1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350kWh을 더하면, 결과적으로 누진세 최고구간인 600kWh를 넘기게 된다. 가스 난방 보다 수만원의 요금이 더 나올 수밖에 없다.

높은 초기설치비도 문제다. 히트펌프 설치 비용은 700만원이 훌쩍 넘는다. 100만원 미만의 가스 보일러보다 7~8배 가량 비싸다. 해외 국가들이 히트 펌프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국내에 히트 펌프를 확대하는 지원책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ttp://v.daum.net/v/2023012807240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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