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뜬장'에 갇혀…음식물 쓰레기를 먹어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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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여넣는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비좁은 뜬장에 몸을 밀어 넣을 때 기분이 그랬다. 사방은 철창으로 막혀 있었다. 잔뜩 쪼그려 앉았음에도 고갤 들 수조차 없었다. 차가운 철창에 닿을 때마다 몸무게만큼의 중력이, 반작용으로 밀려와 통증이 느껴졌다. 움직이는 걸 금세 포기했다. "아니, 개도 아니고 거기는 왜 들어간대. 나 참." 반년 전까지 불법 개농장을 했었던 주인이 날 보며 혀를 찼다. 한때는 뜬장에 200마리쯤 키웠단다. 그 안에서 키우다 때가 되면 빼내었다. 비로소 땅을 밟은 개들의 목을 매달았다. 그걸 팔아 돈을 벌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와치독이 개농장을 고발해, 비로소 멈춰졌다. 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체험해보고 싶어서요." 뜬장에서 '평균 1년'…그 고통을 말하지도 못하고 죽었다 개농장 '뜬장'이 뭘까. 말 그대로 땅에서 '떠 있는' 철창이다. 그러니 바닥까지 뚫려 있다. 왜 뚫었는가. 개농장 개들을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똥오줌을 싸면 계속 치워야 하니까. 뚫린 바닥으로 빠지라고. 배변이 쌓이고 쌓인다. 냄새나는 더미 위에서 짬밥(음식물 쓰레기)을 먹고 산다. "개농장 개들이, 뜬장에 얼마나 갇혀 있나요?" 와치독 활동가에게 물었다. 평균 1년이라고 했다. 365일, 8760시간. 그동안 짬밥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고기가 되기 위한 삶. 죽을 때가 돼서야 바깥에 나온다. 비로소 땅을 밟는다. 생각할 거다. 이런 게 땅을 밟는 느낌이구나. 그러자마자 목을 매달렸단다. 공중에 붕 띄워진다. 밧줄의 힘이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위를 옥죈다. 숨통이 막힌다. 주인은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다가, 아직 더 걸리겠구나 하고 돌아간다. 몸부림이 마침내 끝난다. 그제야 정지된 몸이 내려진다. 뜬장 체험을 하겠다고 몇몇에게 말했었다. 대부분 '헉' 소릴 내었다. 아니, 너무 힘들겠다고. 그러나 해야만 했다. 무수한 개들이 머물렀을 뜬장. 거기서 낮과 밤을, 다시 밤과 낮을, 숨죽이며 참았을 그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죽어갔으므로. 직접 겪어 사람의 말로 남겨야 했다.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라 한계가 명확할지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얻으러 갔다…"농담이시죠?" 먹는 것도 개농장 개들과 똑같았으면 싶었다. 거의 모든 불법 개농장서 개들에게 주는 '짬밥(음식물 쓰레기)' 얘기다. 여기서 솔직히 고민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아내에게도 말 못 했다(이걸 보면 화낼 거다). 그러나 그걸 먹을 수밖에 없는 삶도 짐작하고 싶었다. 실제 개농장 개들이 먹는단 것, 그러니 먹어봐야 안단 것. 그뿐이었다. 김치찌개를 파는 가게에 차를 세웠다. 이 활동가가 음식물 쓰레기를 얻기 위해 협조를 미리 구해주었다. 가게 직원이 뒤편으로 안내했다.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열더니 얼마나 필요하냐고 했다. 허옇게 미끄덩거리는 김치나 불어 터진 면 같은 것들이 보여 눈을 질끈 감았다. 통을 내밀었더니 담아주며 물었다. "사료 주시려고 필요하신 거죠?" 망설이다 대답했다. "제가 먹을 거예요." ... 뚜껑을 열었다. 마구잡이로 뒤섞인 음식물, 쓰레기. 불특정 다수의 침이 섞였을, 버린 것들을 다시 모았을, 그래서 쓰레기라 부르는. 시각적으로만 봐도 감촉이 상상돼 등에 삐쭉 소름이 돋았다. 닫아버렸다. 차라리 배고픈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1년간 먹을 게 이것밖에 없어도, 내가 그런 사치를 부렸을까 싶어서. 다시 뚜껑을 열었다. 준비해 온 숟가락을 음식물 쓰레기에 꽂았다. 천천히 떠서 들었다. 아마 들어본 숟가락 중 가장 무거운 게 아녔을까. 입으로 가져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장육부 깊은 곳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숨을 잠시 참았다. 입 안에 넣었다. 불어 터진 면과 미끄덩한 김치와 퉁퉁한 밥알이 혀에 닿는 순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토해냈다. 본능적인 육성이 식도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꾸엑, 우웨엑. 아흐, 윽." 눈물이 줄줄 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험이고 나발이고, 이건 생명이 도저히 먹을 게 아니라 생각했다. 그 순간, 그걸 먹었을 개들이 떠올라 그런 생각을 품은 것조차 미안해졌다. 같은 인간이 한 짓인 게 싫었다. 오후 3시 30분. 추위와 허기에 구겨진 몸이 맥없이 무너졌다. 정신력으로도 이길 재간이 없었다. 하필 아침도 안 먹은 터라 배고파 미칠 것 같았다. 음식물 쓰레기가 진하게 남긴 구역질이 희미해질 무렵이었다. 다시 뚜껑을 열고 세 숟갈쯤 욱여넣었다. 죽상으로 우물우물 씹는 순간, 묵은 기억이 떠올랐다. 한여름 개농장에서 본 광경이었다. 그때 봤던 음식물 쓰레기는 이것보다 100배는 심했다. 상하지 말라고 끓이고 또 끓여 죽처럼 된, 밥그릇에 악취가 진동해 파리가 날아다니던 거였다. 그에 비하면 내 입에 있는 건 '신선 식품'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가지고 구역질 난다고 토하고 있는 꼴이라니. ..... 후략 http://naver.me/IMnuiM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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